독수파출소 개발일지 #2 – 112 신고 시스템, 어떻게 설계했나

파출소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112 신고를 몇 건이나 받을까.

관할구역과 파출소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7인팀 기준으로 적을 땐 7~8건, 많을 땐 20건이 넘는다. “불금”이라고 부르는 금요일 저녁, 토요일 저녁에 야간근무가 있으면 평소보다 더욱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

유형도 제각각이다. 층간소음, 주취자, 교통사고, 가정폭력, 화재. 무전기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출동해야 한다.

이걸 게임으로 옮기고 싶었다.


숫자로 보는 112신고

게임을 만들기 전에 먼저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경기남부경찰청이 공개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접수된 112신고는 긴급신고(Code 0, 1), 비긴급신고(Code 2, 3), 비출동신고(Code 4)로 나뉜다. Korea Data Portal

신고가 들어오면 접수하는 지방청에서 긴급성을 판단해 코드를 부여하고, 그에 따라 출동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실제로 Code 0, 1은 1분 이내 도착, Code 2, 3는 3분 이내 도착, Code 4는 보통 전화상담으로 처리했다.

코드 2~3이 파출소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층간소음, 단순시비, 주취자, 무전취식. 밥먹고 돈 안내는 사람이 많다는 게 제일 놀라웠다. 강력사건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항상 있었다.

통계자료를 보니 112신고 건수는 2023년에 최고점을 찍고 상승세가 꺾였다. 시민들의 치안서비스에 대한 욕구 증대와 휴대전화 보급률 향상 등으로 112신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서 상승했지만 최근의 인구 감소가 해당 통계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 112접수신고 근황

코드 시스템 – 신고에 등급이 있다

독수파출소에서 플레이어가 받는 신고에도 실제처럼 긴급성에 따른 등급을 부여했다.

현실의 112 코드 체계는 이렇다.

코드긴급도예시
Code 0초긴급흉기난동, 강력범죄 진행 중
Code 1긴급가정폭력, 성범죄, 음주운전
Code 2비긴급단순시비, 소음, 무전취식
Code 3비긴급교통불편, 단순 분실
Code 4비출동인근 화장실 위치 질문

게임에서는 이 구조를 단순화해서 난이도 별점으로 표현할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선 실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코드를 똑같이 적용할 계획이다.


14가지 신고 유형

독수파출소에서 발생하는 신고 유형은 총 14종으로 설계했다.

단순시비 / 무전취식 / 음주운전 / 흉기난동 / 소음 / 보이스피싱 / 화재 / 교통사고 / 실종 / 자살 / 변사체 / 가정폭력 / 스토킹 / 성범죄

다 직접 겪어본 것들이다. 게임이지만 허구의 신고 유형을 넣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비현실적 이벤트도 추가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실제 파출소에 들어오는 신고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유형마다 주로 발생하는 장소가 다르고, 연관된 능력치도 다르다. 예를 들면, 가정폭력은 참새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하고 카리스마와 힘이 필요하다. 흉기난동은 독수역 상권에서 터지고 힘과 사격이 요구된다. 단순시비나 소음은 카리스마 하나로 대부분 해결된다.


랜덤 발생이지만 맥락이 있다

신고는 랜덤으로 발생하지만, 완전한 무작위는 아니다.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발생 확률에 가중치가 붙는다. 저녁에는 독수역 상권에서 무전취식이나 단순시비가 자주 들어온다. 낮에는 아파트 단지 소음 민원이 많다. 학교 주변은 등하교 시간대에 스토킹이나 학교폭력 신고 확률이 올라간다.

실제 파출소에서 일하면서 체감했던 패턴이다. 범죄에도 리듬이 있다. 그걸 그대로 넣었다.

한 가지 더. 연간 수천 건의 거짓·장난 신고로 인해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도 현실의 큰 문제다. 게임에서도 이 요소를 넣을 계획이다. 허위 신고로 출동했다가 아무것도 없는 현장에 도착하는 상황. 시간을 낭비한 사이 다른 곳에서 진짜 신고가 터지는 상황. 이게 실제 파출소의 느낌이다.


신고 처리 흐름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처리 완료까지 흐름은 이렇게 된다.

무전 수신 → 화면 상단에 신고 내용 알림 → 맵에 GPS 마커 표시 → 현장으로 이동 → 관계자와 대화 (선택지 기반) → 처리 결과에 따라 평판 수치 변동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주인공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신고는 처리된다. 다른 조가 간다. 단지 평판이나 정보망에 영향이 없을 뿐이다. 자기가 직접 처리하는 신고만 게임플레이가 생기는 구조다.

실제 파출소도 그렇게 돌아간다. 대개 4조2교대로 여러 팀이 있고, 내가 모든 신고를 혼자 처리하지 않는다.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거다. 이 신고를 직접 처리할 것인가, 넘길 것인가. 둘 다 결과가 있다.


메인 미션이 숨어있다

평범한 112 신고처럼 시작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더 큰 사건으로 이어지는 신고들이 있다. 이게 메인 미션이 된다.

예를 들어, 단순 절도 신고로 출동했다가 동일 수법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 또는 층간소음 민원으로 갔다가 안쪽에서 가정폭력 정황을 발견하는 순간. 신고 자체는 평범하지만,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이게 This Is the Police에서 배운 거다. 반복되는 루틴 안에 중요한 선택이 숨어 있는 구조.

자유도가 높지 않은 게임의 스토리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서사를 쌓는 방법은 계속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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